2026년 시즌, 로렌초 무세티의 행보는 다소 험난하다. 계속되는 부상 악재로 일정에 잦은 차질을 빚더니, 결국 온전한 회복을 위해 퀸스 클럽 챔피언십 출전마저 포기했다. 다가오는 윔블던 무대조차 밟을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 하지만 코트 밖에서 그가 툭 던진 한마디는 테니스 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최근 ‘로피시엘 이탈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투어 생태계 최상위권에 군림하고 있는 두 선수를 향해 꽤나 흥미로운 평가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무세티는 동시대 최고의 폼을 보여주는 얀니크 신네르와 카를로스 알카라스를 나란히 도마 위에 올렸다. 신네르에 대해서는 “멘탈이나 경기력 유지 측면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묵직함이 있다”며 경의를 표했다. 하지만 ‘누구의 테니스가 가장 완성도 높고 스펙터클한가’라는 질문에는 주저 없이 알카라스의 이름을 꺼냈다. 가장 현대적이고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플레이를 구사하는 건 단연 알카라스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톱 100의 벽, 골프보다 가혹한 테니스의 세계
동료에게서 ‘가장 아름다운 테니스’를 친다는 찬사를 받는 세계 랭킹 1위 알카라스. 정작 그의 최근 행보를 보면 손에 테니스 라켓 대신 골프채가 들려있는 경우가 잦다. 사실 그는 스페인 왕립 골프협회로부터 핸디캡 11.2를 공인받은 수준급 아마추어 골퍼다. 지난해 US오픈 기간에는 LIV 골프 소속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라운딩을 돌며 다음 테니스 매치를 준비했을 정도로 필드 위에서의 시간을 즐긴다.
며칠 전에도 그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골프장에서 샷을 날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브라이슨 디섐보의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서다. 이 자리에서 디섐보가 “테니스와 골프 중 어떤 종목이 더 어렵냐”고 묻자, 알카라스는 꽤 현실적이고 뼈 있는 답변을 내놨다. 취미 삼아 가볍게 배우기엔 테니스가 훨씬 진입장벽이 낮지만, 프로의 세계로 넘어와 세계 랭킹 100위 안에 드는 그 좁은 문을 통과하는 건 테니스가 골프보다 지독하게 어렵다는 거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여유, 그리고 윔블던
이런 발언의 이면에는 결국 그 지독한 투어 경쟁을 뚫고 정점에 선 자원만의 여유가 묻어난다. 올해 호주오픈 남자 단식을 제패하며 역대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린 그다. 무세티가 극찬한 그 다이내믹하고 완성도 높은 플레이가 마침내 코트의 재질을 가리지 않고 만개한 셈이다.
흥미로운 건, 4대 메이저 대회 중 딱 하나만 우승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윔블던’을 고르겠다는 알카라스의 확고한 취향이다. 무세티가 윔블던 출전을 두고 몸 상태와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알카라스는 필드 위에서 여유롭게 골프를 치며 테니스 프로 세계의 잔혹함을 논하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메이저 대회를 기다린다. 기계처럼 완벽한 신네르와, 골프장에서 멘탈을 환기하며 가장 우아한 샷을 다듬는 알카라스. 이 두 챔피언이 각기 다른 결로 투어를 지배하는 광경은 당분간 꽤나 볼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