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업계와 지자체 안팎에서 꽤 흥미로운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하드웨어격인 지역 거점 공항들은 이름표를 바꿔 달며 글로벌 인지도를 노리고,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국적 항공사들은 인천을 넘어 지방 공항으로까지 환승 네트워크를 넓히며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양상이다.
위인 이름을 딴 국내 1호 공항의 탄생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무안국제공항의 명칭 변경 논의다. 지난 17일 광주광역시도시공사에서 열린 대통령실 주관 ‘광주 군공항 이전 전담팀(TF) 6자 협의체’ 회의 직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무안국제공항을 ‘김대중공항’으로 바꾸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광주시, 전남도, 무안군, 기재부, 국방부, 국토부 등 6자 협의체는 오랜 난제였던 광주 군·민간공항의 무안 통합 이전에 전격 합의했다. 이 굵직한 합의의 연장선에서 공항 간판에 위인의 이름을 새겨 넣는, 국내 항공 역사상 첫 번째 시도가 마침내 수면 위로 올라온 셈이다.
사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뉴욕의 존 F. 케네디, 파리 샤를 드골, 로마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비롯해 존 레논, 오헤어, 조지 부시 등 각국의 정치·문화·역사적 거장의 이름을 딴 공항은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 부산 가덕도 신공항 추진 당시 부산·울산·경남을 기반으로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이 거론되긴 했으나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지진 못했다.
하지만 이번 무안공항의 케이스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김영선 광주시 통합공항교통국장이 브리핑에서 명확히 밝혔듯, 6자 협의체 내부에서 이미 명칭 변경에 대한 긍정적인 공감대가 형성됐고 향후 국토부와 무안군이 실무를 쥐고 추진할 참이다. 전남 신안군 하의도 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광주와 전후남북을 기반으로 정치를 시작했으며,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세계적인 인지도가 확실하다. 게다가 신안군이 1969년 무안군에서 분리되기 전까진 하의도가 무안군 소속이었으니 명분이나 상징성 면에서도 억지스러운 구석이 없다. 이미 2005년 광주전시컨벤션센터가 김대중컨벤션센터로 이름을 바꿔 성공적으로 안착한 선례도 이 주장에 든든하게 힘을 싣고 있다.
지방 공항으로 뻗어가는 환승 네트워크의 진화
이처럼 지역 거점 공항이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모색하며 몸집을 키울 채비를 하는 동안, 이 공항들을 무대로 뛰는 항공사들의 셈법도 한층 치열해졌다. 당장 아시아의 메가 허브인 인천국제공항에서 쏠쏠한 성과를 내고 있는 티웨이항공의 행보가 이를 방증한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14개 국내외 항공사를 불러 모아 개최한 2026년 인센티브 설명회에서 티웨이는 국적사로는 유일하게 2년 연속 ‘2025 우수 환승 항공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단순히 취항 노선만 맹목적으로 늘린 게 아니다. 전용 게이트 체크인이나 수하물 연결 서비스처럼 실제 환승객들이 겪는 불편함을 디테일하게 긁어준 전략이 시장에 먹혀들었다는 평가다.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티웨이항공을 타고 인천공항을 거쳐 간 환승객은 2024년 5만 7천여 명에서 2025년 9만 7천여 명으로 무려 69%나 폭증했다. 전체 탑승객 중 환승객 비중 역시 2.6%에서 4.1%로 껑충 뛰었다.
이 무서운 상승세는 2026년 올해 들어서도 꺾일 기미가 없다. 1분기에만 약 2만 8천 명의 환승객을 실어 나르며 전년 동기(약 2만 2천 명) 대비 26% 성장했고, 환승객 비중도 꾸준히 4%대를 방어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사명 변경과 새로운 포지셔닝
흥미로운 대목은 이들의 다음 타깃이다. 티웨이는 이 검증된 환승 수익 모델을 인천에만 가둬두지 않고 대구나 제주 같은 지방 공항으로까지 이식해 외국인 여행객의 노선 연결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무안국제공항이 ‘김대중공항’이라는 글로벌 친화적 간판을 달고 호남권 통합 허브로 거듭날 준비를 하는 작금의 상황과 맞물려, 국적 항공사들의 이러한 지방 공항 환승 네트워크 확대 전략은 시너지를 낼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여기에 더해 티웨이는 최근 주주총회를 거쳐 기업의 간판 자체를 ‘트리니티항공(Trinity Airways)’으로 교체하기로 의결했다. 국내외 운항에 필요한 모든 행정적, 규제적 승인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새 이름표를 달고 비행기를 띄울 예정이다. 공항의 이름을 고쳐 달며 새로운 역사를 준비하는 지자체들과, 사명까지 바꿔가며 글로벌 환승객을 쓸어 담으려는 항공사. 어쩌면 한국의 항공업계는 지금, 껍데기뿐만 아니라 그 속의 본질적인 체질까지 가장 역동적으로 뒤바뀌는 거대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