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과 OTT를 넘나드는 ‘구교환의 발견’ 배우 구교환을 처음 마주했던 2020년 7월을 떠올려본다. 연상호 감독의 영화 ‘반도’에서 서 대위라는 악역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당시 ‘구교환의 발견’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쏟아지는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데뷔 13년 차에 찾아온 뜨거운 관심 앞에서도 그는 “유명해졌다는 사실을 아직 잘 모르겠다”며 얼떨떨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그로부터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의 입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확고해졌다. 류승완 감독의 대작 ‘모가디슈’는 물론이고 넷플릭스의 ‘킹덤: 아신전’, ‘디피(D.P.)’ 등에서 연달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증명해냈다. 지난달 29일 6부작 전체가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에서는 저주받은 불상에 얽힌 기이한 사건의 비밀을 추적하는 고고학자 정기훈 박사 역으로 주연 자리를 꿰찼다. 최근 화상 인터뷰로 다시 만난 그는 이른바 ‘독립영화계가 낳은 슈퍼스타’로 떠올랐음에도 여전히 자신을 그저 평범한 ‘배우’로 불러주길 바랐다. 큰 자본이 투입된 상업영화나 드라마에서 연기할 때나 과거 독립영화 ‘메기’에서 연기할 때나, 인물과 이야기를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구니버스’를 확장하다 흥미롭게도 그가 ‘괴이’를 선택한 속내에는 꽤나 유쾌한 이유가 숨어있었다. 극 중에서 그가 낡은 녹색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을 두고, 전작 ‘반도’와 ‘모가디슈’에서 모두 차 안에서 최후를 맞이했기에 이번에는 그 징크스를 깨보고 싶었다는 농담 섞인 답변이 돌아왔다. 무엇보다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개인적인 흥미와 극본을 맡은 연상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을 향한 깊은 신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촬영 전 “잘 부탁한다”는 연 감독의 담백한 인사가 연기 부담을 크게 덜어주었다며, 그는 꾸밈없고 유머러스한 타고난 이야기꾼 연상호 감독의 매력에 찬사를 보냈다. 이른바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에 두 번이나 합류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면서도, 그는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인 ‘구니버스’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오랜 연인이자 영화적 동지인 이옥섭 감독과 유튜브 채널 ‘[2X9HD]구교환X이옥섭’을 운영하며 ‘구교환 대리운전 브이로그’, ‘러브 빌런’ 같은 독창적인 단편영화를 직접 제작, 연출, 출연하며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연기 비결을 묻자 “함몰되지 않기 위해 대본도, 직전의 연기도 모두 잊어버린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의무감이 아닌 순수한 ‘재미’를 좇는 예술가의 자유로움이 묻어난다. 그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는 차기작인 변성현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배우 이제훈과 호흡을 맞춘 ‘탈주’, 웹툰 원작의 ‘신인류 전쟁: 부활남’ 등으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안방극장의 다크호스, ‘R.J. 데커’의 순항 구교환이 한국의 스크린과 OTT 플랫폼에서 매번 새로운 캐릭터를 입으며 자신만의 영역을 굳히고 있다면, 바다 건너 미국 안방극장에서는 배우 스콧 스피드먼이 새로운 범죄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ABC 방송국의 신작 가벼운 범죄 드라마 ‘R.J. 데커(R.J. Decker)’가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며 편성 시간 이동이라는 호재를 맞았다. 현재 인기 드라마 ‘하이 포텐셜(High Potential)’의 뒤를 이어 화요일 밤 10시에 방송 중인 이 첫 시즌 시리즈는, 케이틀린 올슨이 주연을 맡은 해당 드라마가 4월 7일 시즌 2를 마무리하면 그 자리인 화요일 밤 9시 황금 시간대로 이동하게 된다. 4월 14일 밤 9시 새로운 시간대 데뷔를 앞두고, ABC는 신작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4월 9일 목요일에 1회부터 3회까지를 연속으로 재방송하는 파격적인 편성을 결정했다. 다른 모든 ABC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방송 다음 날 훌루(Hulu)를 통해 스트리밍되며 매일 일일 톱 5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탄탄한 원작과 연출력, 시즌 2 청신호 켜질까 무엇보다 ‘R.J. 데커’의 초반 성적표는 놀라운 수준이다. 첫 방송 당시 라이브 및 당일 시청자 수 369만 명을 끌어모으며, 지난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방영된 ABC 밤 10시 드라마 첫 방송 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방영 3주 차에 접어든 현시점에서 볼 때, 멀티 플랫폼에서의 강세를 바탕으로 시즌 연장이 사실상 확정적인 ‘스크럽스(Scrubs)’ 리부트와 함께 시즌 2 갱신 전망이 가장 밝은 신작으로 손꼽힌다. 20세기 텔레비전(20th Television)이 제작하는 이 드라마는 칼 히아슨의 소설 ‘더블 워미(Double Whammy)’에서 영감을 얻었다. 극본을 맡은 롭 도허티는 화려하지만 범죄가 들끓는 남부 플로리다를 배경으로, 전직 신문 사진기자이자 전과자인 주인공이 사립 탐정으로 새 출발 하는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그려냈다. 타이틀 롤을 맡은 스피드먼 외에도 제이나 리 오르티즈, 베빈 브루, 케빈 랭킨, 애들레이드 클레먼스가 합류해 다채로운 연기 앙상블을 빚어낸다. 도허티가 쇼러너이자 극본, 총괄 프로듀서를 겸임하고, 원작자 히아슨과 칼 비벌리, 사라 팀버먼이 제작 총괄로 든든하게 뒤를 받치고 있다. 폴 맥기건 감독은 연출과 제작을 동시에 담당했으며, 주연 배우인 스피드먼 역시 직접 프로듀서로 참여해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국적과 포맷은 다르지만, 이처럼 참신한 서사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들의 열연은 언제나 국경을 넘어 대중의 정직한 응답을 이끌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