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채권 시장이 구매자 실종과 유동성 저하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초장기 국채 금리가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으며, 9월 상반기 결산 시점을 앞두고 상승세가 더욱 가속화될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에 발행된 저금리 국채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평가 손실을 처리하려는 투자자들의 매도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저금리 국채의 역습과 시장 왜곡
현재 일본 국채 시장에서는 기발행 채권(오프더런)과 신규 발행 채권(온더런) 간의 금리 격차가 비정상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과거 저금리 시기에 발행되어 표면이율이 낮은 기발행 채권들은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매우 커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표면이율이 0.4%에 불과하고 잔존 기간이 25년 남은 66회차 30년 만기 국채의 경우, 21일 기준 금리가 3.925%에 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채 수익률 곡선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우상향하므로 잔존 25년 채권의 금리는 20년물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금리는 신규 발행 30년물 국채의 역대 최고치인 3.2%마저 크게 웃도는 이례적인 상황입니다. 이처럼 저금리 채권의 금리 상승은 가속화되고 있어, 9월 결산을 앞둔 일본 채권 시장의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오카산 증권의 하세가와 나오야 수석 채권 전략가는 “작년 말과 마찬가지로 주식 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상반기 결산을 앞두고 평가 손실이 발생한 저쿠폰 기발행 채권을 매각하기 용이한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생명보험사를 비롯한 일본의 주요 기관 투자자들은 평가 손실이 발생한 국채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주요 4개 생명보험사의 국내 채권 미실현 손실액은 6월 말 기준으로 총 9조 8,381억 엔에 달했으며, 이는 3월 말 대비 1조 2,930억 엔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후 채권 시장이 더욱 약세를 보였기 때문에 손실 규모는 더욱 커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금리 인상 공포
채권 금리 급등의 배경에는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재정 확대 리스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22일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자,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해 일본은행이 조기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며 채권 매도를 부추겼습니다. 이로 인해 장기 금리의 지표가 되는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 금리는 한때 1.615%까지 치솟으며 2008년 10월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 또한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재정 규율을 중시하는 현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퇴진할 경우 차기 정권이 재정 확대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져 채권 시장에 직접적인 매도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신규 발행 30년물 국채 금리는 22일 전일 대비 3bp(0.03%포인트) 상승한 3.21%를 기록하며, 1999년 30년물 국채 발행 시작 이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금리 스와프 시장에서는 이미 10월까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50% 이상, 연내 인상 가능성을 약 70% 확률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악화되는 시장 유동성과 전망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은 시장 유동성 저하와 변동성 확대를 초래하여 구매자 부족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블룸버그가 산출하는 일본 국채 유동성 지수는 2007년 집계 시작 이래 최고치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이는 유동성 상황이 최악임을 시사합니다.
연초부터 기록적인 속도로 일본 국채를 매수해 온 해외 투자자들은 일본의 정치 불안을 이유로 7월 순매수 규모를 급격히 줄였습니다. 연기금의 자산 재분배 매수를 기대했던 신탁은행 계정 역시 계속해서 순매도를 기록하며 초장기 국채의 구매자 부족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노무라 증권의 시시도 토모아키 수석 금리 전략가는 “저쿠폰 채권은 가격이 낮아 저평가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시장 유동성이 매우 낮아 매도 물량을 즉시 소화할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며 이것이 시장 가격을 더욱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초장기 국채 금리는 이미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40년물은 5월, 30년물은 7월에 각각 사상 최고 금리를 경신했으며, 20년물 금리 역시 26년 만에 최고 수준에 있습니다. 취약한 초장기 국채 시장의 불안정성이 중기 및 단기 채권 시장으로까지 파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