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랭킹 1위 안세영(23·삼성생명)이 다시 한번 ‘셔틀콕 여제’로서의 위용을 과시했다. 안세영은 지난 26일(한국시간) 프랑스 렌 인근 세송 세비녜 글라즈 아레나에서 펼쳐진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2위 왕즈이(중국)를 세트 스코어 2-0(21-13, 21-7)으로 가볍게 제압했다. 경기 내용은 점수 차만큼이나 일방적이었다.
1게임 초반 잠시 탐색전을 벌이며 리드를 내주는 듯했으나, 안세영은 특유의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곧바로 경기 흐름을 장악했다. 상대의 범실을 유도하며 첫 세트를 따낸 안세영은 2게임 들어 더욱 거세게 몰아붙였다. 시작부터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점수 차를 벌렸고, 단 한 차례의 리드도 허용하지 않은 채 42분 만에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안세영은 지난주 덴마크오픈 우승에 이어 2주 연속이자, 시즌 9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자신이 지난해 세웠던 여자 단식 한 시즌 최다 우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한국 배드민턴 사상 최초 ‘상금 10억 시대’ 개막
이번 우승으로 안세영은 경기력뿐만 아니라 상금 부문에서도 한국 배드민턴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프랑스오픈 우승 상금 6만 6,500달러(약 9,200만 원)를 추가한 그는 단일 시즌 누적 상금 10억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한국 선수로는 사상 최초의 기록이며, 개인 커리어 통산 상금 역시 30억 원을 넘어섰다.
경기 직후 안세영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기쁘다.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무엇보다 나에 대한 믿음이 가장 큰 무기였다”라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BWF 역시 공식 채널을 통해 “안세영은 월드투어 시대 이후 프랑스오픈을 세 번이나 제패한 최초의 여자 단식 선수”라며 “23세의 나이에 이미 배드민턴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고 극찬했다.
중국 내 엇갈린 반응, “패배 후 미소” 논란
반면, 안세영의 벽을 넘지 못하고 2주 연속 준우승에 머무른 왕즈이를 두고 중국 현지에서는 복잡한 반응이 쏟아졌다. 왕즈이는 지난 덴마크오픈 결승전 완패(0-2)에 이어 일주일 만에 치른 리매치에서도 무기력하게 패배하며 ‘안세영 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했다. 특히 2세트에서 단 7점에 그친 것은 뼈아픈 대목이었다.
문제는 경기 후 태도에서 불거졌다. 왕즈이가 시상대에서 안세영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자 중국의 일부 팬들과 언론은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중국 매체 ‘넷이즈’는 “일주일 사이 두 번의 결승에서 참패를 당하고도 웃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승부욕과 정신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나스포츠’ 등 다른 매체에서는 “왕즈이의 미소는 상대에 대한 존중의 의미였다. 안세영이 경기 후 저녁 식사를 제안할 정도로 두 선수의 우정은 깊다”며 과도한 비난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유럽 달군 배드민턴 열기, 12월 아스타나로 이어진다
안세영이 유럽 무대를 평정하며 세계 배드민턴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오는 12월에는 그 열기가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카자흐스탄 배드민턴 연맹은 오는 12월 17일부터 21일까지 수도 아스타나의 비라인 아레나(Beeline Arena)에서 ‘2025 아스타나 인터내셔널 챌린지’가 개최된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BWF 공식 캘린더에 포함된 주요 국제 대회로,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및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서 40개국 이상의 선수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인터내셔널 챌린지 시리즈는 세계 랭킹 포인트가 부여되는 대회인 만큼, 다음 올림픽 사이클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는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은 “이번 대회를 통해 카자흐스탄의 국제 스포츠 무대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현지 유망주들의 배드민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