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세에도 현역작가…김병기 "인생처럼 작품도 완성 없어"
103세에도 현역작가…김병기 "인생처럼 작품도 완성 없어"
  • 오연서 기자
  • 승인 20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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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화백이 10일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개인전 '여기, 지금'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나는 그림이 옆에 있으면 계속 손 대고 손 대고 한다. 인생처럼 작품도 완성이 없다."

개인전 '여기, 지금'이 개막하는 10일 서울 종로구 평창로 가나아트센터에서 만난 김병기 화백은 신작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전시 개막날인 4월10일은 김 화백이 103세 생일을 맞은 날이기도 했다.

김 화백은 "생일을 맞아서 그림 몇 점 가지고 전시회 하는 것에 대해 마음이 약해져 있기도 하고 어찌보면 세계적으로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월함과 약함이 교차된 상태에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수의 비결 같은 질문보다는 오로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기를 원했다.

최고령 현역 작가에다 추상화가 1세대인 그는 "나는 추상을 넘어, 오브제를 넘어 원초적인 상태에서 그린다.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김 화백은 "현대미술에는 허위가 있다. 내가 노인이 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림값이 막 올라가고 그런 것에 부정적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도 뒤샹의 영향을 받았지만 지금 남은 것은 똥통, 변기밖에 없다. 요셉 보이스는 노트만 남았어. 개념미술에서 허위가 시작되는 같다"면서 "개념이 달라지는 것은 좋지만 남은 건 변기와 TV박스 같은 것뿐이다"고 했다.

 

 

 

 

 

김병기 신작 '산의 동쪽-서사시'.(가나아트센터 제공)

 

 


특히 그는 그림을 그리는 작업 자체의 중요성에 대해 수차례 얘기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원초적인 것이고 영원한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의 중요성, 그린다는 것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싶다"며 "가장 원초적인 것을 하고 싶다. 비록 내 작품이 빈약하지만 내가 하려는 것은 그런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내 작품들은 저래 봬도 코가 쩌릿하고 눈물이 핑도는 단계를 거친 작품이다. 작품이 됐다는 것이 나는 코에서부터 온다"며 각각의 작품에 대해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 화백은 앞서 자신의 작업에 대해 "추상화가처럼 작품 활동을 했지만 사실 나는 체질적으로 형상성을 떠날 수 없었다. 형상과 비형상은 동전의 앞뒷면에 불과했다"고 털어놨다.

누구보다 오랜 세월, 많은 그림을 그린 그이지만 아직도 그리고 싶은 것이 많아 보였다. "지금은 포스트모던의 시대라고 한다. 나는 그 포스트모던을 나대로 하고 싶다"고 했다.

또 "한국을 백의 민족이라고 하지만 한국은 색채적으로 단순한 민족이 아니다. 오방색이 기본적으로 있다. 앞으로는 색이 많이 들어간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김병기 화백이10일 개인전 '여기, 지금'이 열리고 있는 가나아트센터에서 기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김병기는 이중섭과 1916년 동갑내기로 평양 종로보통학교에서 짝꿍으로 지내며 예술가의 꿈을 키웠고 김환기, 박수근, 유영국 등과도 깊은 인연을 쌓았다.

그는 국내에서는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에 당선되고 이듬해인 1965년 제8회 상파울루 비엔날레 커미셔너와 심사위원으로 선출될 정도로 미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였다. 하지만 오로지 창작활동에만 열중하고 싶어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석해 귀국하지 않고 뉴욕에 정착할 정도로 그리기에 대해 열망이 강했다.

20년 만에 귀국한 그는 국내를 여행하며 조국 산천을 화폭에 담았다.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연 후에는 서울에서 살며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 화백은 "이중섭 들러리처럼 내가 나오는 것이 불만이다. 나는 나대로 주역이다. 처음에는 조연처럼 보였는데 점차 주연이 되는 그런 영화를 좋아하고 그렇게 되고 싶다"며 "나는 단거리 선수가 아니라 장거리 선수다"라고 했다.

전시는 5월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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